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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기/독서일기

[에세이]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양극성장애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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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이라는 증상에 대해서 상당히 오해하고 있었다.

 

내가 바라본 조울증 걸린 사람의 모습은 단순히 미친사람처럼 기분이 좋아졌다가 갑자기 우울해진다거나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대중에서도 조울은 하나의 유머의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듯하다.

 

 

조울증이라는 단어를 좀 버리고 차라리 양극성 장애로 다시 널리 알려야 될거같다.

생각보다 어려운 질병이고 증상에대해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122page 中 슬픔은 위로하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의지, 목표, 흥미가 마비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 간다. 슬픔이 감정의 습지라면, 우울은 감정의 사막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현재 2달이상의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업무스트레스 인줄로만 알았다.

불안해서 잠을 못이루는 날이 잦아졌고,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감정조절이 안됐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고 갑자기 이렇게 살바에야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갔다.

어쩌면 절박하게 살고싶어서 찾아간거 같다. 그냥 이렇게는 살기 싫었던 거겠지.

 

3가지 종류의 문답 테스트?와함께 1달정도 내 증상을 지켜본 의사는 나에게 제2유형 양극성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조울증(양극성장애)에는 2가지 유형이 있는데, 1유형은 극단적인 조증과 울증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고 2유형은 기본적인 울증은 깔려있는데 경조증 증상이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양극성장애로 진단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조울증으로 진단 받은 것은 아니나, 의심이 되므로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서 조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 없다.

 

 

남들이 봤을 때 나는 아프지 않은 사람일거다. 사실 나는 재미도 많이 찾는 사람이니까. 농담도 잘하고 항상 웃으니까.

그래서 가족들도 굳이 병원을 가야하냐고 약을 먹어야 하냐고.. 의사들은 원래 니가 하는 우울한 말만 믿고 약처방만 해주는거라고 한다.

 

근데 나는 사실 혼자 사막한가운데에 떨어진 기분이 항상 든다.

 

그래서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라는 책 제목도 뭔가 나를 위로하는 문구 같았고 나도 모르게 끌렸다.

너도 건너고 있구나 나도 건넜고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하고 위로하는 거 같다.

 

 

누군가와 웃고 떠들때는 기분이 붕뜨다가도 어느날은 아무 희망이 없는 기분이고 왜사는지 ... 당장의 기분과 상황을 못견딜만큼 살고싶지 않아진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감각이 마비된 기분이다.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고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마음이 들때가 있다.

 

억울하기도 하다. 왜 내가 이런일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약해서? 누구때문에 내가 이지경에 이르렀을까? 내잘못일까? 의사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게 아닐까? 가족들말처럼 난 괜찮은 데 걱정많은 내가 괜히 사서고생하는게 아닐까? 

 

 

조울의심 진단을 받고 일주일넘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열심히 이것저것 했던 것도 조증일지도 모른다니..

지금도 무섭고 받아들이기는 싫다. 만약 내가 조울이라면... 조울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그치만 이런 나도 온전히 나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거 같다.

 

저자도 한달동안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후에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이 뒤엉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어느 쪽이든 모두 나였다." 라고 말한다.

 

"걷기는 타인의 평가가 불가능한 오롯한 나의 책임, 나의 의무, 그렇게 나는 온전해진다"라고 말한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 인거같다.

 

공존불가능해보이는 요소들이 나에게 뒤엉켜 있어도, 어쨌든 그것은 모두 나고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온전히 내가 나를 받아들이고 안고가는 수밖에 없다.

 

 

나의 이러한 상황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 모를때가 있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무섭다. 쟤한테는 일거리를 주면 안돼겠어. 쟤는 이상하니까 연락을 피해야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의 모든 증상과 경험에 대해 글로 남겨주었다.

정말 감사하다.

 

117page 中 "산다는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절로 속이 썩어 내성이 생기면서 의젓해지는 법이라고 배추적을 먹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믿었던 것 같다. " 김서령 작가의 글에서 삶의 아픔속에서 썩어본 사람만이 삼삼한 배추적의 그 싱거운 맛의 깊이를 알 수 있다는 저자의 글도 상당히 인상이 깊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의지는 연약했고 글은 의미의 꼴을 갖추지 못했다. 허공을 향한 주먹질이었다. 바람한 번 불면 날아갈 글들이라도 쓰지 않고선 어쩔 도리 없었다."라고 썼다.

 

저자가 자신의 글을 "비록 허공을 향한 주먹질"이라고 여겨도 나는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또 좋았던 점은 유명한 많은 사람들도 조울을 겪었고 그중에서는 물론 자살한 사람도 있지만 극복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영국화가의 벤자민 헤이든(자살함), 빨간머리 앤을 쓴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고흐도 조울증이었다고 한다.

스티브잡스나 엘론 머스크(테슬라 CEO)도 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안경희>, <케이 레드필스 재미슨 -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조울증 관련 책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쓴 이 블로그의 글도 허공을 향한 주먹질이고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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